🚨 한전·발전자회사 구조 개편
초보자를 위한 오늘의 경제 뉴스 | 2025.09.10
0️⃣ 200조 부채 속 비효율 구조, 경쟁 없는 전력시장의 딜레마
📌 전력산업 구조개편 미완으로 한전과 발전사 동일 구조 유지, 경쟁 부재와 시장 왜곡 심화
💬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구조적 비효율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미완성으로 끝나면서 5개 화력 발전사는 사실상 동일한 사업 구조를 24년간 유지해왔다. 정부의 가격 규제와 경쟁 부재 속에서 한전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전력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력거래소가 정산조정계수로 발전사 수익을 일정 수준으로 맞춰주다 보니 효율성 개선 유인이 사라졌고, 혁신과 투자도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전 자회사 통폐합과 전력시장 개방을 통한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 쉽게 이해하기
전기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한국전력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합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다 보니 한전은 판매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발전 자회사들도 경쟁 없이 거의 똑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의 구조부터 이해해보겠습니다. 2001년 이전에는 한국전력이 발전부터 송배전, 판매까지 모든 것을 독점했습니다.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발전 부문을 5개 회사로 분할했습니다.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문제는 이 분할이 제대로 된 경쟁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들 발전사가 전기를 직접 팔 수 있어야 했지만, 여전히 한전만이 전기를 독점 판매하고 있습니다. 발전사들은 전기를 만들어서 전력거래소에 팔고, 한전이 이를 다시 사서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음식점에 비유해보겠습니다. 5개의 음식점이 있지만 모두 똑같은 메뉴만 만들고, 손님들은 한 곳에서만 음식을 살 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음식점들은 서로 경쟁할 이유가 없어지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할 동기도 사라집니다. 결국 음식 품질은 제자리걸음이고, 판매하는 곳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실제로 5개 발전사는 모두 비슷한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석탄과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 발전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각자 다른 특화 분야를 개발하기보다는 거의 동일한 사업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가격 통제가 더해지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전력거래소는 '정산조정계수'라는 장치로 발전사들이 적자를 보지 않도록 수익을 보장해줍니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든 결국 비슷한 수익을 보장받으니, 혁신이나 효율성 개선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한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요금은 정부가 정하는데, 발전 비용은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변동됩니다. 연료비가 오르면 적자가 나고, 내리면 흑자가 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을 때 한전이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결국 '경쟁 없는 시장'이 만들어낸 비효율이 누적되면서, 전력 산업 전체가 혁신과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2️⃣ 경제 용어
📕 정산조정계수
정산조정계수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사들의 수익을 일정 수준으로 맞춰주기 위해 사용하는 보정 장치입니다.
- 발전사들이 과도한 손실이나 이익을 보지 않도록 수익률을 조정합니다.
- 덕분에 발전사들은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지만, 경쟁과 혁신의 유인이 사라집니다.
- 이는 시장경제 원리와 반대되는 인위적 보정 메커니즘으로 평가됩니다.
📕 계통한계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은 전력시장에서 발전사들이 전기를 팔 때 적용되는 기준 단가입니다.
- 가장 비싼 발전 비용을 기준으로 정해져 모든 발전사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효율적인 발전사도 비효율적인 발전사와 같은 가격을 받아 차별화 인센티브가 부족합니다.
- 진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려면 발전사별로 다른 가격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 발전산업 구조개편
발전산업 구조개편은 전력 독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 2001년 한전에서 5개 발전사를 분할해 경쟁을 도입하려 했습니다.
- 하지만 판매 부문은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어 미완의 개편으로 평가됩니다.
- 완전한 개편이 이뤄지려면 발전사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규모의 경제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말합니다.
- 대형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전기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 5개 발전사가 제각각 운영되다 보니 이런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 통합이나 특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원리와 경제 전망
✅ 경쟁 부재가 만든 비효율의 악순환
전력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동질화된 사업 구조로 차별화 동력이 실종되었습니다. 5개 발전사 모두 석탄과 LNG 화력 발전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나 신기술 투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원래 구조개편의 취지는 각 발전사가 서로 다른 특화 분야를 개발해 경쟁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한국남동발전이 LNG 발전에, 한국남부발전이 석탄 발전에 특화되는 식의 차별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5개 회사가 거의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없고 중복 투자만 늘어났습니다.
둘째, 정산조정계수로 인한 '안전망'이 혁신 의욕을 꺾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가 발전사들의 수익률을 일정 수준(보통 4-5%)으로 보장해주다 보니, 효율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할 동기가 사라졌습니다. 석탄 발전소 운영을 최적화해서 연료비를 10% 절약하더라도 그 혜택이 발전사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신 조정계수를 통해 다른 발전사들과 나눠 가지게 됩니다. 이는 마치 '학급 전체 평균 점수'로만 성적을 매기는 것과 같아서, 개별 학생들의 노력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셋째,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의 질적 저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5개 발전사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의 0.3% 내외로 일반 제조업(2-3%)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또한 투자 결정도 단순히 노후 설비 교체나 의무적인 환경 설비 증설에 집중되어 있고, 미래 기술이나 신사업 개발에는 소극적입니다. 경쟁 압력이 없으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전력산업의 기술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는 효율성 개선과 혁신이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와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 한국전력의 구조적 딜레마와 재무 악화
한전이 200조원 부채를 떠안게 된 구조적 배경과 그 파급효과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첫째, 가격 통제로 인한 수익성 불안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연료비나 구매 전력비가 오르면 곧바로 적자로 전환됩니다. 2021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8조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3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40조원의 차이가 난 것인데, 이는 한전의 경영 능력과는 무관하게 외부 요인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둘째, 발전 자회사와의 거래 구조도 비효율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한전은 자회사들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싸게 팔아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발전사들은 정산조정계수로 적정 수익을 보장받지만, 한전은 그런 보장 장치가 없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특히 2022년처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는 발전사들의 연료비 상승분을 한전이 모두 부담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이는 모기업인 한전이 자회사들의 손실을 대신 떠안는 기이한 구조입니다.
셋째, 부채 급증으로 신규 투자 여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습니다. 한전의 부채는 2004년 33조원에서 2024년 200조원으로 6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정부 예산(약 650조원)의 30%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부채 증가로 이자 부담만 연간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송배전망 현대화나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구축 같은 필수 투자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결국 전력 인프라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전력 안정성에도 위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한전의 재무 악화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력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입니다.
✅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력산업 재편 필요성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방향과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존 화력 중심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화력 발전소들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낮 시간대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 화력 발전소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5개 발전사 모두 화력 발전에 특화되어 있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덴마크처럼 재생에너지와 기존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조합하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현재 구조로는 이런 혁신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둘째,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응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대형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이었다면, 미래에는 소규모 태양광이나 ESS(에너지저장시스템)가 곳곳에 설치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력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중요해집니다. 발전사들도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에너지 관리 서비스나 배터리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데, 현재의 경쟁 없는 구조로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전력시장 완전 개방과 함께 민간 참여 확대가 불가피합니다. 현재처럼 한전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구조로는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이 여러 전력 회사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발전사들이 직접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영국이나 독일처럼 전력시장을 완전 개방하면 기존 발전사들도 생존을 위해 혁신에 나서게 되고, 새로운 민간 업체들의 참여로 시장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력산업은 경쟁과 혁신이 생존의 핵심이 되므로, 현재의 보호받는 구조로는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4️⃣ 결론적으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기업 경영 차원을 넘어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줍니다. 24년간 지속된 '경쟁 없는 경쟁 체제'는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전의 200조원 부채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재무 악화가 아니라 국가 전력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정부의 요금 통제와 발전사들의 보장된 수익 구조 사이에서 한전만 손실을 떠안는 기형적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발전 자회사들의 동질화된 사업 구조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5개 회사가 모두 비슷한 화력 발전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재생에너지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정산조정계수로 수익을 보장받는 안일한 경영에서 벗어나 각자 특화 분야를 개발하고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전력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통해 발전사들이 직접 소비자에게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고, 진정한 경쟁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발전 자회사들의 통폐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각각 다른 전문 분야로 특화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는 재생에너지에, 다른 회사는 에너지저장시스템에 특화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민간 참여를 늘려가면서 경쟁 체제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송배전망 투자와 기술 개발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논리에 의한 가격 통제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따른 요금 체계를 확립해야 합니다. 전기요금이 적정 수준에서 형성되어야 한전의 재무 구조도 정상화되고, 발전사들의 효율성 개선 유인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 전력산업은 '보호받는 독점'에서 '경쟁하는 시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전환에 성공하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누적된 문제들이 국가 경제 전체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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